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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ㅣ에어소프트/에어소프트, 비비탄

200만 원짜리 gbls 다스(DAS)를 들이고 비로소 깨달은 취미의 헛헛함

by 린튼 202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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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문방구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던 조잡한 플라스틱 권총은 어른이 되면서 차갑고 묵직한 쇳덩이로 모습만 바뀌었을 뿐이다. 처음 에어소프트 취미에 발을 들였을 때 내 목표는 무척이나 소박했다. 책상 위에 가스건 하나 올려두고, 가끔 슬라이드를 당기며 찰칵거리는 금속음으로 하루의 위안을 얻는 것.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멈췄어야 했다. 원래 이 바닥에서 딱 이것만 사고 끝내겠다는 다짐만큼 허망한 거짓말도 없다는 걸 그땐 미처 몰랐다.

 

한국에서 에어소프트 취미를 이어간다는 건 끊임없이 밀려오는 헛헛함과의 끈질긴 싸움이다. 한동안 에어소프트용 파워 가스 수입 통관이 전면적으로 막히면서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남은 가스통을 흔들어보며 찰랑거리는 잔량을 가늠할 때마다 묘한 서글픔이 밀려왔다. 방아쇠를 당길 때 손바닥을 때리는 그 짧은 반동 몇 번을 느끼자고, 다 큰 어른이 밤마다 가스 수급 동향을 살피고 법령 개정안 뉴스를 정독했었다. 이 집요함과 정보 수집력으로 부동산 공부를 했으면 지금쯤 청약이라도 하나 당첨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내 열정은 왜 항상 돈 안 되는 곳에서만 이토록 활활 타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가스 수급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자연스레 눈길은 다른 곳을 향했다. 가스가 없으면 전동으로 가면서 기계적인 반동과 리얼리티를 챙기면 되지 않나. 알고리즘은 에어소프트 유저들 사이에서 끝판왕이라 불리는 하이엔드급 에어소프트 건, GBLS 다스(DAS)로 나를 이끌었다. 어차피 가스값도 오르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배터리가 경제적이라는 핑계로, 나 자신에게 시원하게 셀프 선물을 내려버렸다. 통장 잔고의 경고음쯤은 가볍게 묵살해 버리는 걸 보면, 나이 먹고 느는 건 자기합리화 기술뿐인 것 같다.

 

 

그렇게 수원 집 현관문 앞으로 거대한 택배 상자가 도착한 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처음 박스를 뜯고 묵직한 다스 소총을 들어 올렸을 때의 쾌감은 확실히 남달랐다. 차가운 쇳덩이의 질감, 장전 손잡이를 당길 때 느껴지는 뻑뻑하고 거친 마찰음. 배터리를 연결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경쾌하면서도 둔탁한 반동이 어깨를 강하게 쳤다. 완벽했다. 더 이상 빈 가스 캔을 흔들며 조바심 낼 필요도 없었고, 규제 뉴스에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방구석 거치대에 얌전히 놓인 그 아름다운 쇳덩이를 볼 때마다 아주 짙고 끈적한 현타가 밀려온다. 장비는 끝판왕을 찍었는데, 정작 이 녀석을 들고 제대로 쏠 곳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가끔 전신거울 앞에 서서 세팅을 마친 총을 들고 사주경계 자세를 취해본다. 거울 속에는 당장이라도 테러 진압 작전에 투입될 것 같은 택티컬한 요원이 서 있지만,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나는 그저 큼직한 가방을 메고 대중교통 눈치를 보는 평범한 어른일 뿐이다. 당장 내 방 바닥에 굴러다니는 먼지 뭉치 하나 제대로 진압하지 않으면서 거울 앞에서 무슨 대단한 작전을 펼치고 있나 싶어 실소가 터진다.

 

 

가장 큰 괴리감은 총구 끝에서 온다. 아무리 값비싼 오리지널 파츠를 둘러 현역 특수부대처럼 꾸며놔도, 법규에 맞춰 단단히 붙어 있는 쨍한 주황색 칼라파트 앞에서는 그 웅장함이 한풀 꺾이고 만다. 정교한 기계장치의 반동을 느끼며 방아쇠를 당겨봤자, 총구를 빠져나가는 건 고작 6mm짜리 가벼운 플라스틱 쪼가리다. 종이 과녁에 퐁 하고 구멍이 뚫릴 때마다, 내가 쫓던 수백만 원짜리 밀리터리 감성과 현실의 간극이 그 구멍 크기만큼 선명하게 다가온다.

 

가스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던 시절보다 장비 운용은 확실히 편해졌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궁극의 장비를 손에 넣으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완벽한 만족감이 찾아올 줄 알았는데, 기가 막히게 영점을 맞춰놓은 이 비싼 쇳덩이를 들고도 왠지 모르게 헛헛해진다. 장난감 총의 영점은 클릭 몇 번으로 이렇게 쉽게 맞춰지는데, 이 비싼 취미를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내 일상의 영점은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거치대에 다스를 올려두고 조용히 방 불을 껐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불빛에 매끈한 쇳덩이의 윤곽이 흐릿하게 드러난다. 끝판왕을 손에 넣어도 결국 채워지지 않는 이 알량한 갈증. 완벽함을 좇아 끝없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도, 결국 현실의 얇은 벽 앞에서 씁쓸한 현타를 맞는 것이 이런 고가 취미인가 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기나긴 할부의 굴레는 돌아가고 있고, 무겁고 쓸데없이 고퀄리티인 쇳덩이는 한구석을 든든하게 차지하고 있다. 이왕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여기까지 마당에 혼자만의 현타로 끝내기엔 조금 억울하다. 내일은 날이 밝는 대로 녀석의 묵직한 반동과 4개월간 쌓인 애증을 낱낱이 기록해 봐야겠다. 그래도 샀으니, 다스라는 끝판왕이 방구석 작전 반경에서 얼마나 유용하고 허탈한 장난감인지 기깔나는 사용기라도 남겨보는 비싼 취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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