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이하 사에카노)의 현재까지 나온 최신권을 읽었다. 제목 뒤에 붙은 FD는 Fan Disk의 약자이다. 보통 팬 디스크라고 하면 보통은 미연시 게임의 확장팩을 의미한다. 마루토 후미아키가 라노벨 작가로 데뷔하기 전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였다는 걸 생각하면 어울리는 부제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은 본편의 외전격 되는 소설을 14편 담고 있다. FD1권이 본편의 내용을 보완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2권은 정말로 외전이라는 느낌이 강한 소설들만 모여있다.
모든 단편에 대한 감상을 적고 싶지만 종이의 여백이 부족해서 특히나 좋았던 몇편에 대한 내용만 적도록 하겠다.
단편 중 두 번째로 나왔던 '사와무라 스펜서 가족의 휴일'이다. 에리리의 가족은 작품 내적으로 지속적인 언급은 되어 왔지만 본편에 직접 등장한 적은 없다. FD 1권에서는 표지에 에리리의 어머니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표지에만 등장했었고, 아마 직접적인 등장은 외전 만화인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에고이스틱 릴리'가 유일할 것이다.
에리리가 내 최애캐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기도 했지만, 가족 전체가 오타쿠라는 설정 때문인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야겜에 관련된 네타와 오타쿠 토크는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특히 전연령판 버전과 R-18버전에 관한 얘기는 미연시를 플레이할 때 항상 공감하는 얘기 중에 하나기 때문에, '아 역시 이 작가는 이쪽 업계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역시 에리리가 등장하면 에리리의 자폭이 빠질 수가 없다. 물론 에리리의 자폭 중에서 귀엽지 않은 자폭은 없지만 이번 자폭은 특히나 더 귀엽다. 에리리가 그렇게 까지 거짓말로 치부해 왔던 말의 진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진실 때문에 자폭하고 자신이 플레이 하고 있던 게임으로 또다시 자폭하는 자폭 2콤보는 정말로 효과가 대단했다. 에리리의 팬이라면 적어도 세 번을 읽게 될 것이다.
'리테이크의 저편', 메구미가 가족여행에서 돌아와 토모야와의 만남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 우타하에게 연기지도를 받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이다. 오래간만에 볼 수 있었던 우타하의 자폭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위에 있는 일러스트가 너무 아름답게 그려져 기억에 남았던 편이다.
우타하의 대사중 "그리고 안경을 벗으면 꽤 귀엽게 생긴 게 짜증 나."라는 대사가 있는데, 토모야가 잘생겼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확인사살을 날려주는 편이었다. 저 대사 하나만으로 씹덕 민폐 남자를 좋아해 주는 여자가 있다는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설정에 개연성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아래는 가장 큰 스포일러 입니다!!@
'바로 돌아가지 않은 그녀'와 '카토 가족의 주말'은 카토와 토모야가 2개월 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은 후 토모야의 집에서 화해한 다음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완결이 난 후 팬 디스크에서 신캐릭터를 등장시킨다는 게 놀라울 다름이다. 표지에도 등장했고, 아래 삽화에도 등장한 여성은 FD 1권의 전례대로 메구미의 어머니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메구미의 언니였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화해를 하고 난 다음날 아침 메구미가 토모야의 집에서 일어나는데 커피를 타 주거나 집안일을 해주는 등 현모양처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잔의 커피를 타서 토모야의 방으로 가져가며 커플의 모닝커피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모에 포인트다.
메구미의 언니는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온 카토를 추궁하며 등장한다. 그녀는 과거에 메구미와 똑같이 남자 친구의 집에서 외박을 자주 했으며 현재는 결혼을 한 여성으로 이미 메구미가 뭘 하고 다니는지 다 눈치채고 있었다. 그녀의 집요한 추궁에 결국 울면서 실토하는 메구미가 두 번째 모에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도 메구미의 언니가 토모야의 사진을 보고 '갈고닦으면 꽤 빛날 것 같은 소재네.'라고 평가한다. 이 정도로 평가받는 거 보면 작중 공식 미남이 아닐까 싶다.
이 두 편은 극장판 주차 특전으로 나눠주는 단편의 밑밥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스토리가 완결 난 후를 다루는 7편의 단편이라는데 메구미와 토모야가 결혼하는 이야기도 그중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애초에 메구미의 현모양처 같은 모습을 보면 완벽한 결혼 생활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메구미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인 언니를 기혼자로 등장시킨 것을 보면 나중에 단편에서 메구미와 토모야가 결혼할 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이야기의 장치를 미리 마련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메구미의 언니도 단순 장치라기에는 메구미와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상당히 매력 넘치고 소악마 같은 느낌의 캐릭터라 캐릭터 그 자체로도 모에하다. 개인적으로는 메구미 보다 메구미의 언니가 더 좋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메구미의 동향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얘기하는데 극장판 특전 단편에서 토모야와 메구미의 상견례 장면이 나온다면 볼 수 있을 아수라장이 가장 기대된다.
언제나 사에카노는 책을 살 때마다 엄청난 만족감을 주었지만 이번 FD 2권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만족감이 높았다. 에리리에 대해서 그려진 단편이 위에서 얘기한 '사와무라 스펜서 가족의 휴일'과 함께 한 편이 더 있었고, 매력 넘치는 신캐릭터의 등장으로 읽는 동안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메구미와 토모야의 결혼도 확정되었고 말이다.
지금까지 사에카노는 전자책으로 샀었는데 이번 FD 2권을 읽고 종이책으로 전부 소장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지 않아, 안 그래도 얇아진 지갑이 위험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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