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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라노벨 86 에이티 식스 감상평 및 리뷰

by 린튼 202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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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_식스_표지

86 -에이티 식스-

작가: 아사토 아사토

일러스트: 시라비

메카닉 디자인: I-V

 

장르: 액션, SF, 밀리터리


'86 -에이티 식스-' 2018년 8월에 출시된 책이다. 좋아하는 밀리터리물임에도 불구하고 바빠서 구매하지 못했기에 2년이 지난 이제야 구매를 했다.

줄거리
‘그 전장에, 죽은 사람은 없다.’

산마그놀리아 공화국. 그곳은 매일 이웃나라인 [제국]의 무인병기 '레기온'에 침략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공격에 맞서 공화국 측도 무인병기 개발에 성공, 가까스로 희생자를 내는 일 없이 제국의 위협을 물리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표면상으로는. 사실은 아무도 죽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공화국 85구의 밖, [제86구]. 거기에서는 [에이티식스]라는 낙인이 찍힌 소년소녀가 밤낮으로 '사람이 탄 무인기'로서 싸우고 있었다──.

사지로 향하는 이들을 이끄는 소년 신과 후방에서 특수통신으로 그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제관] 소녀 레나. 두 사람의 격렬하면서도 슬픈 싸움과 이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줄거리를 보자마자 구매욕구가 상승했던 책은 오래간만인 거 같다. 물론 툭하면 이세계 물인 라노벨 판에서 오래간만에 나온 밀리터리물이라는 간단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런 것 보다도 문구가 흥미를 유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사람이 탄 무인기'라는 모순적인 표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차대전의 '카미카제'가 생각나는 잔혹한 문구로 생각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문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구가 아닌 정말 잘 만들어진 문구였다.

 

보이 미츠 걸 속에 들어있는 잔혹함

보이 미츠 걸은 전통적인 라이트 노벨 클리셰 중 하나이다. 이 작품도 그중 하나이다. 히로인 '레나'와 히로 '신'이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클리셰와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이 둘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피어 헤드 전대를 이끌며 최전선에서 싸우는 신, 그리고 지휘관으로 부임하여 먼 곳에서 통신으로만 그들을 지휘하는 레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그들은 피지배자와 지배자의 관계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레나는 그런 관계를 타파하려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지만, 애초에 살아온 세상 자체가 너무 다른 나머지 서로를 도와 무언가를 해내기보다 삶의 방식에 따라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 클리셰 비틀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차별에 대한 잔혹함을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에이티_식스_등장인물

죽음에 대한 간결한 묘사

전쟁에서 희생은 반드시 뒤따른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 또한 많은 죽음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해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책을 읽는 나 마저도 캐릭터들의 죽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쉽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 정도로 담백하게 서술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줄어가는 등장인물의 수와 조용해지는 분위기는 초반부와 대비되어, 그제서야 캐릭터의 죽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 부분은 작가의 연출이 정말 좋았다.

 

탄탄한 것 같지만 부실하다고 생각되는 배경설정

상술했듯이 여러 가지 연출은 좋았지만 여러 배경 설정만큼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신의 능력이다.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왔기에 생겼다는 이유와 목에 남겨진 상처 외에는 별로 언급이 없다. 후속권에서 남겨둔 떡밥이기에 1권에서 이렇게 까지 정보를 풀지 않는 것일까? 이 부분은 후속권을 읽어 봐야 알 것 같다.

그 외에도 레이와 레기온에 관련해서는 주먹구구식 진행이었다. 인간의 뇌를 처리장치로 쓴다는 것 외에 별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은 레기온과 그냥 행동 변화의 이유 정도만 공개된 레이가 합쳐진 최종 보스는 설정으로서나 전개로서나 환장의 콜라보였다.

 

라노벨 치고는 드문 메카닉 디자이너

어떤 부분에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라노벨은 오래간만에 본다. 아무래도 디자이너가 있으면 그 분야에 전문적인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나도 메카닉을 좋아하기에 디자이너가 참여한 라노벨이라는 사실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진짜로 디자이너가 참여했다는 것은 허울이 아니었다. 디자인 적인 자세한 설정을 설명하는 일러스트가 중간중간마다 포함되어 있으며 글로 묘사한 것 또한 매우 자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해 작가 또한 이런 메카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상술했던 일러스트를 제외하고는 스토리 삽화해서 단 한 장면도 메카닉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메카닉의 정자세만 볼 수 있을 뿐 역동적인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삽화 일러스트레이터와 메카닉 디자이너가 달랐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 같은데 작품 특성상 협업을 했다면 더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기 힘든 문장

번역가 자체가 워낙 말 많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원래 작가 자체가 글을 길게 쓰다 보니 읽기가 쉽지는 않다. 거기다가 일본어 특유의 요미가나가 수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 자세히 읽지 않으면 조금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이다.

그중 가장 읽기 힘들었던 부분은 캐릭터들 이름이다. 기본적으로 이름이 아닌 인종명으로 서술하고 이름은 그 위에 작게, 쉽게 말하면 요미가나로 적혀 있다. 초반부는 캐릭터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캐릭터들 구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깔끔한 엔딩

물론 상술했던 떡밥은 남아있지만 엔딩 자체만 보자면 깔끔했다. 큰 사건이 모두 종료된 이후에는 역사의 연표를 보듯이 2년 동안의 사건의 줄기를 화자가 훑어준다. 적당한 여운이 책을 끝까지 읽은 보상을 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단편소설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깔끔한 엔딩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후속권이 걱정이 되었다. 혹시 원래 단편이었던 작품을 인기가 좋아 장편으로 늘린건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과한 걱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밌게 읽은 소설이기 때문에 다음 권도 꼭 읽을 생각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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